아무것도 남지 않았지만, 평화를 발견했다

15 12월, 2017

누구나 다 아무것도 남지 않는, 절망적인 태풍을 겪기 마련이다. 또 태풍까지는 아니지만 지속적으로 끊임없이 신경 쓰이게 하는 잔바람도 있다. 그런가하면 삶에 의미를 가져다주는, 혹은 인생 동반자를 가져다주는 순풍도 있다. 어떤 바람은 강력하지만 어떤 바람은 잔잔하다.

그러나 어떤 바람은 한순간에 돌풍으로 변해 우리를 휩쓸어버리기도 한다. 아마 우리를 무너뜨리지는 않지만 걸려 넘어지게 한 여러 안 좋은 일들을 겪어본 기억이 있을 것이다. 또 어떤 날은 예기치도 못한 태풍이 일어나 잔인하게 삶을 무너뜨리기도 한다.

이런 시련 속에 빠졌을 때 삶에 있었던 안정적인 것들이 무너지는 소리가 들릴 것이다. 머리는 어지러워지고 (배신이나 버려짐과 같은) 고통스러운 현실들을 마주하고 이런 모든 일들로 인해 진짜 중요한 것들을 잃어버리게 될 것이다.

이 쯤 되면 태풍이 우리의 일부를 저버리게 만들었지만 그게 꼭 좋았던 부분은 아님을 깨달을 것이다. 그렇게 버리는 경우도 있어야 평화를 얻는 법이다. 물론 이 말이 진실이기는 하지만 삶에서 무엇이 본질인지를 알 수 있던 계기로 작용했을 것이다. 나는 가진건 없었지만 충분히 행복을 찾을 수 있었다.

나는 헐벗었지만 행복하다

우리는 모두 삶이 다시 일어서지 않고 그저 어지럽기만 한 기억이 있을 것이다. 나는 매력의 법칙을 믿지 않는다. 나는 무언가가 잘못됐을 때, 왜인지는 모를 때 그걸 대면하지 않고는 영영 알 수 없을 것을 믿는다. 결국 어려운 길이 길이다.

요점은 언젠간 필요할 것이라고 믿었던 역경이 사실 다 부질없다는 사실이다. 어쨌든 시련 앞에서는 힘을 쓸 수 없다. 존경과 호기심은 다 떨어져 나가고 결국 남은 것은 패배감 뿐이다.

노을진 나무: 아무것도 남지 않았지만, 평화를 발견했다

가끔은 우리의 앳된 꽃과 같은 모습을 잃어버린, 낙엽 떨어진 나무 같이 느껴질 때가 있다. 하지만 낙화에는 시적의 여운이 있다. 여기에는 새로운 희망, 잠재력이 담겨있다.

저 나무는 여러 겨울을 거쳤지만 높이 솟았다. 장식된 것 하나도 없지만 아주 우아한 나무 한 그루다. 가진건 아무것도 없지만 앞으로 나아가기에는 충분하다.

평화로워보이지만 싸움을 약속했다. 이 거친 나무 밑동에 잡힌 약속은 가장 큰 미덕이다. 그리고 가끔 삶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들은 다시 찾아오지 않는다. 존재 속에서 이런 삶의 독특한 점이 드러난다.

나뭇가지는 개화하기 시작한다

이제 애통할 필요도 없다. 한 때 우리의 모든 것을 앗아간 쓰나미는 필요 없는 것들도 많이 가져갔다. 이 사실을 염두하고 어깨를 펴서 짐을 덜어내라.

모든 것은 더 즉흥적이고 자연스러워졌다. 위선은 더 이상 짜증나지 않으며 그저 웃길 뿐이다. 행동, 말로서 우리를 다치게 한 사람들에게는 무관심보다 더 좋은 해결책은 없다. 이제 누구에게도 말할 것도 없다. 그저 즉흥적인 미소만이 상호적인 사랑의 증거다.

열정적인 사람들은 영원한 상처 앞에서 무력하다. 똑똑한 사람들은 늘 본인이 가지고 있던 무언가를 그리워한다. 비겁함은 머릿속에 오래 남지 않는다. 그저 자존심에 스크래치를 낸 상처만을 기억할 뿐이다.

까꿍

그렇기에 꽃은 다시 핀다. 가진 것 없이 느껴졌겠지만 이 모든 과정이 오늘 우리를 만들어준 산물이다. 무언가를 탓할 필요도 없다. 이 평화로운 마음은 역경이 있어야만 가능하다. 우리를 완전히 패배시키거나 완전히 바꿀 뿐이다.

아무것도 남지 않았을 때

가끔 아무것도 없이 물질적인 세계로부터 분리될 수 있는 것이 기회일 때가 있다. 누구도 이처럼 가진 것들을 훌훌 날릴 수는 없다. 그들이 옳다고 생각하겠지만 사실은 아니다.

이 과정의 결실은 미래에 있다. 이미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필요한 것들은 다 봐왔다. 이제는 과거보다 더 민첩해졌지만 그렇다고 해서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이제는 진정한 사랑의 떨림을 다시 느낄 수 있고 친구들과 크게 웃을 수 있으며 사회생활을 즐길 수 있다. 더 이상 과시할 필요가 없다.

가장 멋진 점은 아직 살아있다는 점이다. 예전의 내가 아니지만 기분만 더 좋아진다. 과거의 영광을 그리워할 필요는 없다. 이제는 앞으로 찾아올 행복감에 젖어서 미소를 짓고 태풍이 휩쓸고 간 깨끗한 자리에 누워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