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의 이혼 생활

처음 부모님의 이혼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말도 안 되는 농담이라고 생각했다. 도대체 무슨 일인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다음은 내가 어떻게 부모님이 더 이상 서로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됐는지를 이야기하겠다.

부모님의 이혼 사실을 아는 것은 정말 힘든 일이다. 우리 가족은 무척이나 단란하고 화목하게 살았다. 좋을 때나 나쁠 때나 모두 한마음 한뜻으로 견뎠다.

하지만 이제 우리 가족은 떨어져 살고 있다. 부모님의 이혼은 최악의 시기에 일어났다. 이혼은 시기와 관계없이 항상 달가운 일이 아니겠지만 데 나는 부모님의 이혼 한 달 전에 가까운 친척이 암 진단을 받고 응급 수술이 필요하다는 소식을 들었고 그즈음 할머니는 뇌졸중을 앓으셨다. 그야말로  ‘끔찍한 해(annus horribilis)’였다.

부모님의 이혼: 현실을 알게 된 순간

아버지가 어머니에게 두 분의 관계가 끝났다고 말했던 날을 씁쓸하게 기억한다. 그날은 1월 6일, 주현절이었다. 왕이 아이들에게 선물을 주는 마법으로 가득 찬 밤에 나는 아버지로부터 ‘안녕’이라고 적힌 얇은 종이에 싸인 석탄을 받았다. 그날 아버지는 집을 떠나 돌아오지 않았다.

남의 휴대전화는 절대 보지 않지만 아버지가 떠나시기 전, 나는 몰래 아버지 휴대전화를 봤다. 그리고 우연인지 이튿날 아버지가 왓츠앱으로 어머니와 다 끝났다는 메시지를 보내셨다.

여전히 아버지의 메시지를 믿기 어려워서 아버지와 커피를 마시며 실은 휴대전화를 몰래 봤다고 고백했다. 아버지는 메시지가 사실이라고 말했고 나는 다시 숨이 막혔고 감정을 주체할 수 없었다.

아버지의 결정을 이해하고 지지한다고 말했다. 매우 힘든 일이었지만, 아버지가 위로를 필요로 하는 것을 느꼈다.

사면초가

1리터 병에 물 1리터를 한 번에 붓는 일은 불가능하다. 내 경우에는 할머니의 뇌졸중, 가족의 중병, 곧 치러야 할 시험, 그리고 부모님의 이혼 등 수많은 난관이 동시에 겹쳤다.

내가 준비한 시험은 정말 어려워서 1년 내내 공부했고 2주 만에 끝났다.

정보의 강도를 소화하는 데 어려움을 겪으며 내 인생은 180도 바뀌었다. 부모님의 이혼으로 시험보다 먼저 처리해야 할 일이 많이 생겼다.

그래도 나는 시험에 응시했고, 그다지 잘하지는 못했지만 어려운 시기에 그만큼 성취한 것이 자랑스럽다.

아버지는 어머니처럼 특별한 사람이다. 더 이상 서로를 사랑하지 않았지만 새로운 가족 단위가 재정적으로 자립할 때까지 같은 집을 공유했다.

부모님의 이혼 후

현재 나는 어머니와 누나와 살지만 매주 아버지를 만난다. 아버지는 가끔 초콜릿과 페이스트리를 사서 들르기도 한다.

내게 많은 도움이 된 것은 모든 과정과 문제가 아무리 어렵고 끝이 없어 보이거나 불쾌하더라도 끝이 있다는 것을 아는 것이다. 도저히 헤어날 수 없는 역경 속에 있는 것 같지만 언젠가 다 지나갈 것이라고 스스로 주문을 외우면 마음이 진정되고 평화를 찾을 수 있었다.

그리고  30년 넘게 지속된 관계가 끝났지만 이는 끝이 아니라 새로운 무대의 시작이었다. 누구나 생각을 바꾸고 변화하고 다시 자신을 찾기 위해 도망칠 필요가 있다.

나는 부모님 중 어느 쪽도 탓하지 않는다. 부모님이 내린 결정에 평안함을 느끼고 부모님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흔히 이혼을 비난하지만 소용이 없다.

부부의 욕망, 사랑, 공동 계획이 끝나면 아무리 원해도 다시 이어질 수 없다. 따라서 관계를 끝내고 새로운 것을 시작하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