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어스: 웃음과 비명이 공존하는 명작
조던 필의 최신작 ‘어스’, 이 명작에 관해 스포일러를 하려는 것이 아니다. 단 2편의 영화를 통해 조던 필 감독은 이미 호러, 코미디, 사회 정치적 소신을 멋지게 조합할 줄 아는 뛰어난 감독이라는 평가를 얻게 되었다. 부연 설명은 그만하고 왜 어스가 올해 가장 흥미로운 영화 중 하나인지 알아보도록 하자.
어스, 이 영화는 겟아웃을 감독한 조던 필 감독의 최신작으로 보통 영화와는 다른 왜곡된 느낌을 준다. 여기서 왜곡이란 단어는 사전적 의미로 사용된 것이 아니다. 영화 비평에서 왜곡이란 이미 정해진 기준을 따르지 않는다는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이 영화는 코미디와 호러가 공존하고 있다. 때로는 우스꽝스럽고 자주 천재성이 드러난다.
광범위한 의미에서 풍자적이고 대학살의 분위기가 느껴진다. 자본주의와 모두가 알고 있는 세상에 대한 명백한 비판으로 끝을 맺는다.
영화 예술의 힘, 도플갱어의 사용, 결정적 순간의 유머 그리고 처음에는 눈치채지도 못할 정치적 은유의 일부인 천재적인 은유법의 사용까지… 이것은 영화 어스의 놀라운 매력 중 일부일 뿐이다.
조던 필 감독은 첫 영화 겟 아웃에서 미국 사회의 인종차별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리고 어스에서는 명확하게 상처 받을 대상은 없지만 감독의 관점은 더더욱 광범위해졌다.
과거 매우 깊은 트라우마를 가진 엄마가 이상한 경험을 하게 된다. 이 영화는 단 하룻밤 동안 벌어진 사건을 그리고 있다. 주인공들은 휴가를 떠난다. 그리고 숙소 문 앞에서 이상한 가족을 발견하게 된다. 자신의 가족과 너무나 닮은 모습이었다.
이 이상한 가족 또한 가족으로 보이기는 하지만 그다지 평화스러워 보이지 않는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영화 어스는 유나이티드 스테이츠, 미국의 영문 약자이기도 하다.
그 의도는 영화의 전환점이 되는 순간에 특히 명확해진다. 엄마의 도플갱어가 말한다. “우리는 모두 미국 사람이다.” 그렇다, 그들은 모두 미국 사람이다.
주인공이 그러하고 문 앞의 이상한 가족도 그러하다. 하지만 문 앞의 선 또 하나의 가족은 아메리칸 드림을 이루기 위해 지불해야 하는 대가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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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어스는 ‘이중성’이라는 개념을 가지고 있다
‘이중성’, 또는 도플갱어는 예술계, 특히 문학 세계에서 가장 자주 활용되는 아이디어 중 하나이다. 이중성 그리고 어둠과 악이라는 개념과 매우 깊은 연관이 있다.
이 아이디어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더욱 다양한 함축을 가지게 되었다. 도스토예프스키의 이중인격이라는 책은 스티븐슨의 지킬 박사와 하이드와는 다르다.
이중이란 다양한 형태를 띌 수 있다. 어떤 것은 불명확하고 어떤 것은 좀 더 명백하다. 거울, 반사, 그림자 또는 악마 쌍둥이라는 형태로 나타날 수 있다. 나르키소스의 이야기를 떠올려보자. 물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는 그의 모습이 바로 이 테마의 최초 예시 중 하나이다.
조던 필 감독은 명백하게 전통적인 방식 안에서 영화를 만들었다. 하지만 그 전통을 재창조하고 현대 시대에 맞게 최신화 시켰다. ‘이중성’ 테마의 첫 번째 힌트는 주인공들이 거울로 둘러싸인 복도를 지날 때 드러난다. 거울 복도는 현실을 왜곡하는 미묘한 공간 중 하나이고 동시에 사실은 전혀 아무것도 변화 시키지 않는 공간이다.
여자가 거울로 둘러싸인 복도에 있는 동안 어린 소녀가 그녀의 이중을 본다. 하지만 그것은 거울에 비친 모습이 아니다. 그녀는 자신의 내면과 완벽하게 똑같은 소녀를 실제로 본다.
나쁜 버전의 또 다른 그녀일까? 이것이 바로 영화 어스를 통해 조던 필 감독이 말하고자 하는 이야기이고 답은 그 안에 있다. 영화에서 보이는 것과는 모든 것이 다르고 우연은 절대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중성은 영화 전반을 통해 표현된다. 복제 또는 패러디와 반대인 ‘진짜’ 세상인 것이다.
하지만 정통과 이중성 천재적으로 사용한 것이 이 영화의 유일한 감탄 포인트는 아니다. 은유법의 사용 또한 놀랍다. 조던 필 감독은 결국 스스로를 해치게 되는 “윌리엄 윌슨”의 최신 버전처럼 은유법을 사용한다.
은유의 역할
“예레미야 11:11″이 계속해서 보여지는 의미는 무엇일까? 이것이 다음과 같은 의미의 성경 구절이라는 것은 놀랄 일이 아니다. “그러므로 나 여호와가 이와 같이 말하노라. 보라. 내가 재앙을 그들에게 내리리니 그들이 피할 수 없을 것이라. 그들이 내게 부르짖을지라도 내가 듣지 아니할 것인즉.”
이 영화 속에서 인간을 판단하는 신은 없다. 오직 신이 되려 하는 인간만이 있을 뿐이다. 이 영화의 중심에는 매우 끔찍한 진실이 숨어 있다. 그리고 주인공에게는 그다지 희망이 없다. 극 속에 등장하는 성경 구절은 관객이 보게 될 내용에 대한 간략한 설명과 같은 것이다. 영화의 마지막이 되어 알게 되는 숨겨진 진실 같은 것이다.
어느 순간 영화 어스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호러 무비 버전처럼 느껴질 수 있다. 토끼 굴에 빠지거나 거울을 통과하는 것만 제외하면 말이다 (물론 어느 정도는 그런 장면을 본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한다). 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끔찍한 진실이다.
영화 속 토끼의 모습은 그런 관점에서 생각할 때 특히 더 큰 의미를 가진다. 환상적인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속 지하 세상에 대한 힌트이고 영화 어스 속에서는 현실 세계의 패러디가 되는 것이다.
여기에는 그리 오래 되지 않은 과거에 대한 암시 또한 들어있다. 1980년 대, 미국 전역에 핸즈 어크로스 아메리카라는 캠페인이 있었다. 목표는 인간 체인을 만들어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위한 모금을 하는 것이었다.
이 캠페인은 엄청난 실패로 끝났고 사람들은 텔레비전을 선택했다. 그와 동일한 캠페인이 영화 어스 속에서도 벌어진다. 하지만 이 영화 속에서는 절대 평화롭고 의미 없는 행동이 아니라 피로 얼룩진 캠페인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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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스: 사회 정치적 언급, 풍자 그리고 호러를 넘나드는 영화
이것은 호러 장르에 완벽하게 부합하는 영화이다. 그리고 자본주의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을 가하기 위해 고전적인 도플갱어의 테마를 이용한다. 조던 필 감독의 빠른 속도감과 관객의 시선을 조종하는 능력은 이 영화를 본래 장르에서 멀어지게 한다. 어떤 한 순간일 뿐이지만 말이다.
조던 필 감독은 가장 긴장되고 극적인 상황에 드럼을 연주해야 한다는 것을 아는 오케스트라 지휘자 같다. 가장 강렬한 소음에 휩싸인 가장 결정적인 순간에 고요할 수 있는 방법을 안다. 또한, 그는 호러 속에서도 유머를 잃지 않는다.
영화 어스의 유머는 관객을 잠시 나마 공포와 긴장감에서 벗어나 편안히 호흡하고 불안을 벗어날 수 있도록 해준다. 이것이 바로 이 영화가 호러 영화광은 물론 무서운 영화를 못 보는 관객에게도 완벽한 선택이 될 수 있는 이유이다.
어스: 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것
진정으로 사람을 겁먹게 할 수 있는 영화는 많지 않다. 영화 어스는 진심으로 관객을 떨리게 만드는 영화이다. 단순히 두려움을 느끼게 하는 것 뿐 아니라 유머가 있고 잠시 웃음이 터져 나오기도 한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그 유머는 엄청난 정치적 의미를 감추고 있다. 그 숨겨진 의도가 바로 이 영화에서 매우 큰 역할을 차지하고 있다.
영화 겟 아웃에서와 마찬가지로 조던 필 감독은 인종 차별을 비판한다. 또한, 흑인 남자 배우 캐스팅은 절대 우연이 아니다. 이것은 하나의 반항과 같은 행동이다.
영화가 매우 오랜 세월 동안 백인들의 전유물이 되어온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조던 필 감독은 긴 시간 동안 소외 받아 온 소수들을 대변한다. 아직도 세상은 엄청난 불평등 속에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관객에게 깨닫게 만들기 위해 부유한 백인 가족에게 불행이 닥치도록 한다.
사람들은 백인들이 하얗지 않은 모든 것에 매력을 느낀다고 생각하는 위험한 경향이 있다. 여기에는 절대 무시할 수 없는 어두운 인종 차별의 역사가 존재한다.
하지만 영화 어스는 거기서 끝이 아니다. 만약 그것 뿐이었다면 전작 겟 아웃과 다를 것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조던 필 감독은 한발 더 앞으로 나아갔다. 자본주의는 사람의 피부색에 아무런 관심이 없다. 돈이 있는지, 즐거움과 물질을 소비할 재력이 있는지, 그것만 중요할 뿐이다.
현대 사회에 너무나 만연한 물질주의에 대한 비판은 물론 사람들의 일상적인 행동이 가진 불합리성이 대본, 영화 예술, 그리고 이 영화 전반에 표현되고 있다.
영화 어스는 현실, 자본주의, 그리고 ‘다름’의 문제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위선을 보여준다. 이 모든 것이 엄청난 매력으로 다가오고 관객을 서스펜스로 이끈다. 그리고 다시 끔찍한 사건이 벌어질 때까지 아무것도 모르는 관객에게 웃을 기회를 준다.
이것은 확실히 2019년 최고의 영화 중 하나이고 현대 사회를 반영하는 종말론적 코미디로 많은 것을 가르쳐주는 영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