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2017-12-08

물론 가끔 무언가가 기억이 나지 않을 때가 있지만, 그 기억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것은 큰 비약이다. 중요성이 떨어지는 비약은 아니다. 가끔 이런 구실이 뱉었던 말을 무마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좋은 핑곗거리가 되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들 때문에 “말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라는 구절이 존재한다.

 

이 구절이 얘기하는 것은 우리가 내뱉었지만 기록으로 남기지 않은 말들은 바닥에 굴러다니는 낙엽만큼이나 보잘 것 없다는 것이다. 법적으로는 이 말이 맞겠지만, 개인사에 있어서는 이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철줄 안의 하트; 말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그 사람이 약속을 지킬까?

앞서 말했지만, 인간은 가끔 기억해내는 것을 실패한다. 그럼에도 절대 사라지지 않는 무언가가 존재한다. 이는 우리가 다른 사람들로부터, 혹은 타인이 우리로부터 얻어내는 무언가의 기록이다. 예를 들면 내 누나가 아이들을 돌보겠다고 말을 했다고해서 법적인 기록을 남길 필요는 없다. 그냥 약속을 했을 뿐이다. 그녀가 한 약속 그녀의 위치, 나와의 관계가 지켜주기 때문이다.

이런 식으로 그녀는 본인이 내뱉은 말에 구속된다. 한 낱 종이에 이름을 적어넣는 것보다도 이 관계에서는 그 말 한마디가 더 중요하게 작용한다. 우리는 이렇게 과거에서 언급되었던 말들에 의존한다. 또 특히나 그 사람에게 있어서 익숙할수록 더 크게 의존하는 경향이 있다.

어떻게 알 수 있을까?

그러니까 당신의 누나가 오후에 다른 일은 있지 않을지를 알고 싶다면 그녀가 하는 그 일들이 아이들을 픽업하는 것보다 중요한지를 알아봐야 한다. 그걸 알아봤으면 과연 그녀가 어떤 선택을 할 지 한 번 생각해봐라.

반대로 만약 누나가 멀리 살거나, 약속에 지장을 줄 만큼 중요한 일을 하고 있음을 알고 있다면 과거에 얼마나 약속이 지켜지지 않았는지를 한 번 생각해봐라. 이런 생각을 거치면 그녀가 이번 약속은 지킬지 아닐지에 대해서도 알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식으로 상황을 예측 할 때 보통 그 약속을 지키면 얻는 보상과 같은 다른 요인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된다. 어쩌면 그녀가 아이들을 좋아하고 돌보는 시간을 즐길 수도 있다. 이런 식이라면 당연히 누나가 약속을 지키기 위해 들이는 노력이 적어진다. 반대로 조카를 싫어한다면 더 많은 노력을 들여야할 것이다.

또한 금전적 보상이 높다해서 그 사람이 약속을 지킨다는 보장은 없다. 그저 인자한 사람으로 비춰지고 싶다는 이유 등으로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약속을 지키고자 하는 사람들이 있다. 물론 금전적 보상이 너무 적으면 그러지 않을 수도 있다.

노을을 손에 들고있는 소녀 그림자

상처를 주는 말, 용기를 주는 말

기억 속에서 쉽게 사라지지 않는 말들이 있다. 정말 사랑하는 사람들이 내게 건넨 상처되는 말들처럼. 아마도 그들 역시 화가 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그런 말을 했을 것이다. 더 시간이 지나면 진심이 아니었다는 사실을 알게될 수도 있다. 그렇지만 기억 속에서 없어지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가을에 나뭇잎을 떨어뜨리며 지나가는 바람은 금방 사라짐에도 말이다.

문제는 이러한 말들이 우리의 마음 깊숙이 자리에 남는다는 것이다. 이런 마음의 상처는 정신에서도 쉽게 잊혀지지 않는다. 예외가 있다. 우리가 기억을 덮고 수용할 수 있을 만큼의 정신력보다 그 상처가 깊을 때 말이다. 이로 인해 분리적 기억 상실증이 야기된다.

말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하지만 분리적 기억 상실증을 앓고 있더라도 왠지 모를 이유로 가해자에게 거부감을 느끼는 경우도 있다. 비록 이해가 되지는 않겠지만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내뱉은 말은 공중에서 사라지는 의미 없는 언어가 아니다. 금방 지워지는 자필 역시 마찬가지다. 이런 말과 글은 절대 지워지지 않는, 영향력을 가진 요소들이다.

마지막으로 중요한 사실을 짚고 넘어가자. 비록 책을 쓸 수 있을 만큼이나 방대한 주제지만 말이다. 내뱉어진 말들은 마음에 흔적을 남기지만, 우리가 내뱉은 말 역시 마찬가지다. 우리가 듣는, 흔적을 남기는 말들처럼 말이다. 우리가 상대방에게 내뱉는 말들 역시 상대에게 큰 영향을 준다. 예를 들면 죄책감(부정적인 경우), 혹은 자만(긍정적인 경우)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절대 내뱉어진 말들은 공중에서 사라지지 않는다. 태풍이 와도 지워지지 않는 말들이 있다.

pablo neruda 인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