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의: 복잡하고 다양한 호의의 역학

14 6월, 2018

다른 사람이 베푼 호의 혹은 도움을 금방 잊는 사람들이 많다. 이는 마치 지뢰밭처럼 갚아야 할 빚이 곳곳에 숨어있는 격이다. 하지만 내 부탁을 들어주지 않은 사람은 분명히 기억하기 마련이다. 이 세상에 남에게 선의로 무언가 베푸는 일만큼 진실되고 겸손하며 이타적인 일은 없다. 하지만 호의의 역학은 생각보다 복잡하다.

니체는 그의 저서에서 호의와 감사 표시에 관해 흥미로운 관점을 제시한다. 평생 남에게 감사 표시를 하느라 목메는 사람이 너무나 많다는 것이다. 이는 최소한 심리학적 관점에서 봤을 때 매우 다양한 조건 아래 논의될 부분이 많은 주제다.

호의: 복잡한 호의의 역학

서로 도와주거나 칭찬하는 것은 좋은 관계의 가장 기본적인 신호다. 하지만 감사해야 하는 일에 다른 조건이 개입되면 굉장히 껄끄러운 상황이 연출되기도 한다. 어떤 사람은 호의를 받으면 받을수록 너무 불편하고 힘들다고 고백하기도 한다.

실제로 우리 모두 조금씩 다르더라도 이와 같은 상황을 경험한 적이 있을 것이다.

다른 사람이 나에게 무언가 부탁하면 내면에 즉각적인 반응이 일어난다. 1초도 안 되는 시간에 자동으로 자신에게 수많은 질문을 한다. “중요한 일인가?” “꼭 내가 해야줘야 하나?” “내 시간이나 돈이 드는 일은 아닌가?” “도와주고 나서 불편한 입장이 되는 일은 아닌가?”

마음속으로는 위와 같이 갈등하면서 벌써 입으로는 기꺼이 승낙하는 자신을 발견할 것이다. 특히 친분이 깊은 사람이 하는 부탁은 거절하기 어렵다.

이때 우리는 사안의 중대성을 떠나서 무조건 친한 친구 또는 가족을 도와줘야 한다는 사명감을 느낀다. 이런 복잡한 상황은 여러 가지 감정을 일으키고 일종의 압박감을 느끼게 한다.

이 문제에 주관이 뚜렷하게 서 있지 않으면 내적 갈등이 심해지므로 한 번 깊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호의 - 부탁:  호의의 역학

호의와 부탁, 그 고통스러운 과제

다른 사람이 나에게 베푸는 호의는 언제나 기분 좋은 일이다. 하지만 이를 “빚”으로 생각하면 문제가 달라진다.

타인의 호의에 압박과 부담을 느끼기 시작하면 정신 건강에 해롭다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2008년 미국 대선 당시 있었던 일을 예로 들 수 있을 것이다. 이는 좀 더 자세히 알아볼 만한 가치가 있는 아주 흥미로 일화다.

선거 운동을 하면 후보자의 경험과 리더십, 과거에 이룬 성과 등을 내세우는 것이 기본이다. 하지만 당시 후보자 중 한 명이었던 존 매케인의 선거 운동 담당자는 큰 실수를 저지르고 만다.

존 매케인을 전쟁 영웅으로 홍보한 것이다. 그가 국가를 위해 엄청난 희생을 감내한 것은 사실이다.

당시에 포로로 잡혀 고문을 당하는 등 온갖 고초를 겪은 그가 보상받아야 한다는 논조였다. 그리고 모든 국민이 그에게 갚아야 할 빚이 있다는 식이었다.

“우리는 그에게 빚이 있다.”는 선거 문구는 모든 연설에 등장했다.

매케인의 선거 자문단 중 누구도 그 문구가 듣는 사람에게 압박감을 준다는 인상을 잡아내지 못했다. 세상에 빚처럼 강제성을 띄는 일에 긍정적인 감정을 갖는 사람은 없다.

셰익스 피어의 작품 중 베니스의 상인에 등장하는 샤일록은 누군가 호의를 베풀 때, 받는 처지에서 나중에 자신이 대가를 치러야 한다면 이를 반길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말한다.

호의-친절-부담

매일 일어나는 다양한 상황에 이를 적용해 볼 수 있다.

선물을 주고받는 일. 결혼식에 초대받았으면 나중에 그 사람의 결혼식에 참석하도록 노력하는 것.

우리 삶은 다른 사람이 나에게 베푸는 호의와 친절에 많은 부분 영향을 받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이 한 부탁을 거절할 때 받는 비난도 못지않게 신경 쓰며 살아간다. 

반복되는 호의와 부탁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다른 이에게 무언가 부탁하고 도움을 받는 일은 여차하면 관계를 해칠 수 있다. 이는 분명한 사실이다.

사회 심리학에서 건강한 관계일 때 호의가 갖는 특징을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가장 만족스럽고 긍정적인 관계에서 서로는 무언가 돌려 받기를 기대하면서 친절을 베풀지 않는다.

베푼 것은 잊어버리고 받은 것만 기억해라.

-중국 속담-

인간 관계

친절을 베푸는 일은 참으로 다양한 상황 속에서 이루어진다. 이는 가족이나 친구, 연인, 친구, 동료와의 관계를 확고히 해주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널 위해서 해줄게.” 또는 “그렇게 우리가 잘해줬는데 이제 와서 이렇게 갚니?” 같은 말은 꽤 흔하게 들을 수 있다.

이처럼 호의를 베푸는 관계가 정상적이지 않다고 느껴진다면 다음의 수칙을 따라 해보자.

  • 호의에 비용을 생각하지 말자. 남을 도울 때는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것이어야 한다. 의무감이 아닌 자유 의지로 자신이 세운 가치와 정체성에 따라서 행동한다.
  • 내가 부탁하지 않은 일을 다른 사람이 대신해 주려 할 때 거절할 수 있어야 한다. 도움을 받는 마음이 불편하거나 상대방이 큰 비용을 치러야 하는 때에도 마찬가지다.
  • 내면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자신의 직감을 따르자.
  • 타당하고 논리적인 이유로 부탁을 거절했지만, 상대가 불쾌해 한다면 그 반응이 진심인지 잘 살펴봐야 한다.

마지막으로 호의는 상대에게 갖는 신뢰를 바탕으로 비용 없이 베푸는 일이라는 것을 명심하자. 절대로 협박성을 띄어선 안 된다.

최고의 호의는 아무도 부탁하지 않았지만 스스로 찾아 베풀고, 그 기분 좋은 마음이 내 기억에 영원히 남는 것이다. 이는 당신이 다른 사람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생각하는 배려심을 가진 사람이라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