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그램의 맹목적인 복종에 관한 실험
맹목적인 복종에 대한 밀그램의 실험
‘복종’을 분석하기 전에 밀그램의 실험 방식에 대해 먼저 알아보자.
그는 신문에 심리학 실험 대상을 구한다는 광고를 냈다. 피실험자들은 심리학 연구에 참여하는 조건으로 소정의 금전적 대가를 받기로 되어 있었다.
이들이 예일대 실험실에 도착했을 때, 연구원은 학습 관련 실험이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피실험자의 역할을 다음과 같이 안내했다.
한 피실험자는 다른 피실험자중 한 명에게 목록에 적힌 단어를 물어본다. 이는 기억력 측정을 위한 실험이다.
실험의 트릭
하지만 이 안내는 거짓말이었다. 대답을 해야 하는 피실험자는 사실 연구팀의 일원(이하 ‘실험 공모자’)이었기 때문이다.
피실험자의 임무는 그 실험 공모자가 미리 외웠다고 설정된 단어 목록을 물어보는 것이었다. 실험 공모자가 정확하게 대답하면 다음 단어로 넘어가고 대답이 틀린 경우 피실험자는 실험 공모자에게 전기 충격을 주라고 지시를 받았다.
하지만 실제로 전기 충격은 가해지지 않게 설정되어 있었으며 피실험자는 이 사실을 모른 채 진행되었다.
피실험자는 실험 공모자에게 가할 수 있는 전기 충격의 강도가 30가지 있다고 안내받았다. 또한 실험 공모자가 실수할 때마다 피실험자는 강도를 높여야했다. 실험 시작 전에 실험 공모자는 전에 낮은 강도의 전기 충격을 받아본 적이 있으며 매우 아팠다고 피실험자에게 언급했다.
실험 초반에 실험 공모자는 피실험자의 질문에 무리 없이 정답을 말했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점점 틀린 대답의 수가 많아지고 피실험자는 전기 충격을 가해야 하는 상황이 펼쳐졌다.
피실험자는 실험 공모자를 볼 수 없고 소리만 들을 수 있었다. 그리고 실험은 다음과 같이 흘러갔다.
- 실험 공모자의 실수가 늘어나고 충격의 강도가 10까지 이른다.
- 실험 공모자는 실험에 대한 불만과 함께 그만두고 싶다고 호소한다.
- 충격의 강도가 15가 되면 실험 공모자는 대답을 거부하고 실험 자체에 반대한다.
- 충격의 강도가 20이 되면 실험 공모자는 기절하고 더 이상 대답을 할 수 없다.
이 전 과정에서 연구팀은 피실험자에게 테스트를 지속하라고 종용했다. 심지어 실험 공모자가 기절한 척하더라도 말이다.
그리고 대답하지 않는 것 자체도 잘못된 대답으로 간주된다고 지시했다. 즉, 피실험자는 실험을 중단할 수 없었다.
연구팀은 피실험자가 실험을 끝내야 할 책임이 있음을 분명하게 알리고 그 외 모든 책임은 연구팀에 있다고 했다.
자, 이제 다음 질문에 답해보자.
충격의 강도를 최대까지 사용(아마도 죽음까지 이르게 할 수 있을 강도)한 피실험자는 몇 명이라고 생각하는가? 또 실험 공모자가 기절할 때까지 실험에 참가한 피실험자는 몇 명일까?
이 “순종적인 범인”들에 대한 결과를 다음에서 알아보자.
밀그램 실험의 결과
- 대부분은 실험 공모자의 첫 번째 항의에 피실험자가 실험을 그만둘 것이라고 예상했다.
- 실험 공모자가 기절할 때까지 지속하는 사람은 4%밖에 되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 심지어 피실험자 중 0.1%만이 최종 강도까지 진행할 것이며, 이는 정신과적 질환을 의미한다고 대답했다. (밀그램, 1974)
- 첫 실험군의 40명의 피실험자 중 25명이 최종 단계까지 실험을 지속했다.
- 피실험자의 90%가 실험 공모자가 최소 기절할 때까지 실험을 유지했다. (밀그램, 1974)
밀그램은 실험군이 편향되었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았다. 그래서 이 연구는 다양한 실험군과 설계를 적용해 반복적으로 진행했다.
2016년에 발표된 그의 책에서도 알 수 있듯이 밀그램은 모두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고 보고했다. 뮌헨의 한 연구자는 그의 피실험자 중 85%가 최고 강도까지 실험을 지속했다고 밝혔다. (밀그램, 2005)
샤납(1978)과 스미스(1998)는 그들의 연구를 통해서 이러한 결과가 서양 국가들 모두에 일반화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전세계적인 사회적 행동을 발견했다고 생각해서는 안된다. 상호 문화적인 연구는 확실한 결과를 보여주지 않기 때문이다.
밀그램 실험의 결론
이러한 결과에 우리가 스스로에게 던져야 할 첫 번째 질문은 바로 사람들이 이 정도까지 복종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다.
밀그램은 연구팀과 피실험자가 진행한 대화의 기록을 갖고 있다.(2016) 이 기록에서 피실험자 대부분이 자신의 행동에 대해 유감스러워했다.
즉, 잔인함이 피실험자에게 동기를 부여하진 않았다. 연구팀의 “권위”, 실험 결과를 자신이 책임지지 않아도 된다는 발언이 피실험자가 실험을 중단하지 않고 끝마치도록 이끌었다.
밀그램 실험의 다양한 변형을 통해서 연구팀은 복종심에 영향을 준 요인들을 추려낼 수 있었다.
- 연구팀의 역할: 연구팀이 실험 가운을 입고 나타나자 피실험자는 그들을 권위의 상징으로 보았다. 피실험자는 그 전문성을 보고 연구팀의 요청에 더 복종하게 되었다.
- 인지된 책임감: 피실험자가 자신의 행동에 대해 갖는 책임감이다. 연구팀이 피실험자에게 실험에 대한 책임은 연구팀에 있다고 하자, 피실험자는 그다지 압박감을 느끼지 않았다. 그래서 쉽게 복종할 수 있었다.
- 서열에 대한 인식: 서열에 대해 강한 인식이 있었던 피실험자는 스스로를 실험 공모자보다 우위에, 연구팀보다는 열위에 두었다. 그래서 피실험자는 “권위자”의 명령이 실험 공모자의 안전보다 중요하다고 여겼다.
- 기여 의식: 피실험자는 스스로가 해당 실험에 헌신한다는 생각으로 실험을 거부하기 어려워했다.
- 공감의 기회 단절: 실험 공모자를 몰개인화하는 상황 덕분에 피실험자는 공감 능력을 잃었다.
밀그램 실험은 짐바르도(2012)가 이야기했던 환경의 중요성과 일맥상통한다.
즉, 우리가 처해 있는 상황에 대한 제대로 된 인식이 없으면 우리의 원칙을 넘어서는 행동을 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상기 언급된 요인들의 압박이 개인의 양심을 넘어서기 때문에 맹종한다.
역사적으로 파시스트 독재가 지난 세기를 휩쓸었던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또 제 2차 세계 대전에서 유대인들의 몰살을 도왔던 의사들의 행동 역시 쉽게 설명된다.
복종이라는 감각
자신이 하고 싶지 않은 행동을 하게 되는 원인은 매우 흥미롭다. 심리학에서의 설명은 이렇다.
예시를 들어보자. 한 권위자가 정한 결정이 집단에 유리한 결과를 가져온 경우, 그의 독단적 선택은 집단의 토론을 통한 결정보다 더 중요하게 여겨진다.
한 권위자의 명령에 아무도 의문을 가지지 않는 사회가 있다고 가정해보자. 그리고 권위자가 끊임없이 시험을 받는 사회도 있다고 하자.
통제 메커니즘이 없는 상태라면 전자가 후자보다 훨씬 더 빠르게 명령을 수행할 수 있다. 이는 갈등의 상황에서 승리와 패배를 결정하는 아주 중요한 변수다.
이는 타이펠(Tajfel)의 1974년 사회 정체성 이론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복종에 대응하는 법
자, 그렇다면 맹목적인 복종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권위와 서열은 특정 상황에서 적응이 가능하지만 비도덕적인 권위에 대한 맹목적인 복종을 정당화하지 않는다.
어떤 권위자에게든 의문을 제기할 수 있는 사회는 건강하고 공정할 것이다. 하지만 그 사회는 결정을 내리는 속도가 늦기 때문에 갈등의 상황에서 실패하고 말 것이다.
다만 개인적으로 맹종을 피하고 싶다면, 누구든 ‘압박감’의 노예가 될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한다. 그래서 환경적 요인이 얼마나 큰 영향을 줄 수 있는지 인식하는 것이 최고의 방어 전략이다. 그래야 우리에게 어떠한 협박이 들어와도 스스로 통제력을 회복하고 우리의 책임감을 떠넘기지 않을 수 있다. 아무리 큰 유혹이라도 말이다.
오늘 소개한 실험들은 우리가 인간의 조건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된다. 또한 우리가 좋고 나쁨, 흑과 백 같은 개념에 대한 신조를 이해하고 현실을 설명하는 데 도움이 된다.
이러한 실험들은 인간의 복잡한 행동에 빛을 밝히는데, 또 합리적으로 이해하는 데도 필수적이다. 그렇게 우리는 인간의 역사를 이해하고 특정한 행동을 반복하지 않을 수 있을 것이다.
참고문헌
Milgram, S. (1963). Behavioral study of obedience. Journal of Abnormal and Social Psychology, 67, 371-378.
Milgram, S. (1974). Obedience to authority: An experimental view. New York: Harper and Row
Milgram, S. (2005). Los peligros de la obediciencia. POLIS, Revista Latinoamericana.
Milgram, S., Goitia, J. de, & Bruner, J. (2016). Obediencia a la autoridad : el experimento Milgram. Capitan Swing.
Shanab, M. E., & Yahya, K. A. (1978). A cross-cultural study of obedience. Bulletin of the Psychonomic Society.
Smith, P. B., & Bond, M. H. (1998). Social psychology across cultures (2nd Edition). Prentice Hall.
Tajfel, H. (1974). Social identity and intergroup behaviour. Social Science Information, 13, 65-93.
Zimbardo, P. G. (2012). El efecto Lucifer: el porqué de la mald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