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다시 볼 수 없다는 바보같은 생각

· 2017-12-08

얼마나 바보같은가! 이건 말도 안되는 생각이다…너를 다시 볼 수 없고, 안을 수 없다니. 나를 미소 짓게 만들었던 네 번호로 지정된 벨소리를 듣지 못하고, 너만의 몸짓도, 냄새도 느낄 수 없다니.

너를 다시 볼 수 없다는 바보같은 생각

생각만 해도 손과 발이 떨리고, 심장이 철렁 내려앉는다. 바닥이 미끌거리고 공기는 탁하며 가슴 속이 공허해진다. 나는 더 이상 내 셔츠를 찢을 듯 부는 바람을 만질 수 없다. 말은 입 밖으로 나가지 않고 목 끝에서 멈춘다. 나는 그냥 살고 있을 뿐이다. 마치 얼어 붙은 채 존재하는 세상의 모든 것들처럼.

다채로운 여인

나는 늪에서 허우적댄다

눈을 감으면 처음의 기억이 떠오르고 이내 나는 손사레를 치며 기억을 없애버린다. 강박적으로 나는 더 많은 기억을 떠올리고자 한다. 마치 절벽에서 매달려 있는 사람처럼 나는 매달린다. 기억 속에는 의도하지 않았지만 낙화했던 그 순간이 떠오른다. 한 발짝 더 나아가 떨어지는 모습을 상상한다.

몸은 계속해서 떨려오고, 어깨는 무거워진다. 나를 묶은 족쇄가 조여오고 내 근육도 옥죄온다. 무릎에 힘이 풀리고 머리로 알아채기 전에 나는 어느새 바닥으로 무너졌다. 천천히 나는 고개를 떨구고 곧 엄습할 고통을 준비한다. 그냥 빨리 해버려라. 날 무너뜨려라. 너를 볼 수 없다는 바보같은 생각이라니.

내 주먹에도 힘이 풀리고, 비에 젖은 늪 속으로 나는 손가락부터 천천히 빨려들어간다. 늪은 내가 포기한 것을 알아채기라도 한 듯, 내가 옴짝달싹할 수 없도록 더 강하게 죄어온다. 팔꿈치가 접힌 채 바닥에 닿는다. 주먹을 쥐었지만 물이 그 안으로 스며든다. 다시 한번 눈을 뜨고 몸에서 벌어지는 어둠을 맞이한다. 너를 다시는 볼 수 없다는 생각의 어둠이다.

아나가 가까이 온다. 그녀의 발자국을 알 수 있다. 그녀가 오지 않았으면 좋겠지만 움츠러들 뿐이다. 땅을 눈물로 적시고 싶지 않아 두 눈을 꽉 감았다. 긴장 속에서나마 머리가 돌아간다: 돌아가, 여기서 벗어나. 내 외침은 멀리서 메아리칠 뿐 그녀에게 닿지 않는다. 마치 다섯살 짜리 꼬맹이처럼 그녀가 나를 꽉 안아준다.

아이 손을 잡은 어른: 너를 다시 볼 수 없다는 바보같은 생각

그녀를 볼 수 없다는 바보같은 생각

아이를 지키기 위해서는 더 이상 보지 말아야한다. 결국 나는 그녀의 포옹 앞에서 무너지지만 의도한 것이 아니다. 나를 안은 그녀의 팔에 힘이 점점 풀린다. 나는 한 쪽으로 쓰러지고 그녀가 내 위로 쓰러진다. 나는 널 보지 않겠다는 생각 따위는 물리쳤다. 이제는 내가 너를 안을 차례다. 하지만 동시에 고통이 너무 커서 가 마비될 지경이다.

목에서 모르핀 맛이 난다. 목이 메이고 숨이 막히기 때문에 나는 알 수 있다.

-아빠, 엄마가 없어요. 어떻게 엄마를 다신 볼 수 없죠?

이 작은 아이가 뭘 알고 있을까? 아이는 엄마를 꼭 닮았다. 아이에게는 신념이 남아있기 때문에 나는 사랑할 수밖에 없다. 다행히도 그 생각이 아이에게 더욱 더 납득이 가지 않는 모양이다. 앞으로 느낄 슬픔에 대한 어떤 두려움도 없이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그녀를 봐라. 잠시나마 나는 그녀의 무지함에, 그 거짓말에 매달린다.

이제 꿈에서 깨어나면 아이와 이전보다 더 친해지겠지. 유전 그 이상의 인연이 우리를 묶는다. 나는 일어나서 아이를 두 손에 안고 천천히 걸어간다. 아직은 받아들일 수 없는 현실을 향한 힘겨운 여정이다. 한편으로는 빨리 고통이 시작하고 끝나기를 바란다. 또 한편으로는 그녀가 나에게 남기고 간 그 추억을 회상하고 있다.

나는 아이를 옆에 뉘이고 베개를 준다. 아이는 마치 엄마의 손길인 듯이 반긴다. 나는 아이를 바라보고 나에게는 닿지 않는 자장가를 들려준다. 하지만 아이는 한 손으로는 내 손을, 다른 한 손으로는 물로 인해 불어버린 주름을 만지기 때문에 자장가를 들으면서 잘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