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블랙 미러는 완전히 독립적인 에피소드를 가진 영국 시리즈물로 배우들조차도 같지 않다. 아메리칸 호러 스토리처럼 문집 시리즈는 아니지만, 매회 완전히 다른 배우와 캐릭터, 시나리오를 가진 단편영화와 같다. 시즌별로 특별한 순서를 따르지 않고 에피소드의 수도 동일하지 않다. 블랙 미러: 곧 돌아오겠다 블랙…
얼마나 바보같은가! 이건 말도 안되는 생각이다…너를 다시 볼 수 없고, 안을 수 없다니. 나를 미소 짓게 만들었던 네 번호로 지정된 벨소리를 듣지 못하고, 너만의 몸짓도, 냄새도 느낄 수 없다니.
생각만 해도 손과 발이 떨리고, 심장이 철렁 내려앉는다. 바닥이 미끌거리고 공기는 탁하며 가슴 속이 공허해진다. 나는 더 이상 내 셔츠를 찢을 듯 부는 바람을 만질 수 없다. 말은 입 밖으로 나가지 않고 목 끝에서 멈춘다. 나는 그냥 살고 있을 뿐이다. 마치 얼어 붙은 채 존재하는 세상의 모든 것들처럼.
눈을 감으면 처음의 기억이 떠오르고 이내 나는 손사레를 치며 기억을 없애버린다. 강박적으로 나는 더 많은 기억을 떠올리고자 한다. 마치 절벽에서 매달려 있는 사람처럼 나는 매달린다. 기억 속에는 의도하지 않았지만 낙화했던 그 순간이 떠오른다. 한 발짝 더 나아가 떨어지는 모습을 상상한다.
몸은 계속해서 떨려오고, 어깨는 무거워진다. 나를 묶은 족쇄가 조여오고 내 근육도 옥죄온다. 무릎에 힘이 풀리고 머리로 알아채기 전에 나는 어느새 바닥으로 무너졌다. 천천히 나는 고개를 떨구고 곧 엄습할 고통을 준비한다. 그냥 빨리 해버려라. 날 무너뜨려라. 너를 볼 수 없다는 바보같은 생각이라니.
내 주먹에도 힘이 풀리고, 비에 젖은 늪 속으로 나는 손가락부터 천천히 빨려들어간다. 늪은 내가 포기한 것을 알아채기라도 한 듯, 내가 옴짝달싹할 수 없도록 더 강하게 죄어온다. 팔꿈치가 접힌 채 바닥에 닿는다. 주먹을 쥐었지만 물이 그 안으로 스며든다. 다시 한번 눈을 뜨고 몸에서 벌어지는 어둠을 맞이한다. 너를 다시는 볼 수 없다는 생각의 어둠이다.
아나가 가까이 온다. 그녀의 발자국을 알 수 있다. 그녀가 오지 않았으면 좋겠지만 움츠러들 뿐이다. 땅을 눈물로 적시고 싶지 않아 두 눈을 꽉 감았다. 긴장 속에서나마 머리가 돌아간다: 돌아가, 여기서 벗어나. 내 외침은 멀리서 메아리칠 뿐 그녀에게 닿지 않는다. 마치 다섯살 짜리 꼬맹이처럼 그녀가 나를 꽉 안아준다.
아이를 지키기 위해서는 더 이상 보지 말아야한다. 결국 나는 그녀의 포옹 앞에서 무너지지만 의도한 것이 아니다. 나를 안은 그녀의 팔에 힘이 점점 풀린다. 나는 한 쪽으로 쓰러지고 그녀가 내 위로 쓰러진다. 나는 널 보지 않겠다는 생각 따위는 물리쳤다. 이제는 내가 너를 안을 차례다. 하지만 동시에 고통이 너무 커서 뇌가 마비될 지경이다.
목에서 모르핀 맛이 난다. 목이 메이고 숨이 막히기 때문에 나는 알 수 있다.
-아빠, 엄마가 없어요. 어떻게 엄마를 다신 볼 수 없죠?
이 작은 아이가 뭘 알고 있을까? 아이는 엄마를 꼭 닮았다. 아이에게는 신념이 남아있기 때문에 나는 사랑할 수밖에 없다. 다행히도 그 생각이 아이에게 더욱 더 납득이 가지 않는 모양이다. 앞으로 느낄 슬픔에 대한 어떤 두려움도 없이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그녀를 봐라. 잠시나마 나는 그녀의 무지함에, 그 거짓말에 매달린다.
이제 꿈에서 깨어나면 아이와 이전보다 더 친해지겠지. 유전 그 이상의 인연이 우리를 묶는다. 나는 일어나서 아이를 두 손에 안고 천천히 걸어간다. 아직은 받아들일 수 없는 현실을 향한 힘겨운 여정이다. 한편으로는 빨리 고통이 시작하고 끝나기를 바란다. 또 한편으로는 그녀가 나에게 남기고 간 그 추억을 회상하고 있다.
나는 아이를 옆에 뉘이고 베개를 준다. 아이는 마치 엄마의 손길인 듯이 반긴다. 나는 아이를 바라보고 나에게는 닿지 않는 자장가를 들려준다. 하지만 아이는 한 손으로는 내 손을, 다른 한 손으로는 물로 인해 불어버린 주름을 만지기 때문에 자장가를 들으면서 잘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