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별의 편지
익숙한 것, 익숙한 사람에게 마지막 인사를 고하기란 쉽지 않다. 특히 우리가 사는 요즘 세상은 사람들이 죽음을 부정하거나 어떻게든 마주하지 않기 위해 애쓴다. 하지만 언젠가는 맞이해야 할, 불가피한 사실이다. 죽음을 부정하다가는 존재에 대한 개념이 왜곡되기 때문에 추천하고 싶은 방법은 아니다.
사람들은 마치 스스로가 불사의 몸이며, 병이나 사고 같은 일들은 남에게만 일어나는 일 쯤으로 생각한다. 물론 이는 진실이 아니다. 우리 모두는 언젠가 늙고, 병에 걸리고 결국 죽게 될 운명이다.
한 때 사람들은 죽음 앞에서 비교적 초연했다. 오늘날 사람들보다 그 때 사람들은 누군가의 죽음을 더 바람직한 방식으로 맞이했다. 물론 그 때에도 죽음은 즐거운 일은 아니었지만, 적어도 삶의 한 단계라고 받아들여졌다. 삶이라는 소중한 것을 가졌었던 것에 대한 보답과 같은 과정이다.
애도가 건강한지, 아닌지를 무엇이 결정할까?
상실의 슬픔을 이겨내기 위해서는 충분히 애도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사람의 상실 뿐 아니라 직장, 건강, 혹은 배우자의 상실 마찬가지다. 이런 경우 슬픔이 반드시 우리의 주된 감정이어야 한다. 애도를 하면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더 잘 받아들이고, 입은 상처를 치유하여 보통 6개월에서 1년이 지나면 우리는 문제없이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게 된다.
때때로 사람들은 충분히 애도하지 않고, 극복하지 못한다. 애도에는 여러 단계(부정, 분노, 책임 전가, 인정)가 존재하지만 우리가 그 단계를 모두 밟을 필요는 없다. 개인에 따라 다르다.
충분히 애도했는지 안했는지는 상실 앞에서 우리의 태도에 따라 달라진다. 또한 우리가 그 사람이 없는 삶에 대한 태도에도 달린다.
편지 쓰기
테라피에서 사람들은 애도하는 과정을 진전시키기 위해 사고와 태도에 기반한 여러 기술을 사용한다. 이 기술 중 하나는 작별 편지를 쓰는 일이다. 이 편지는 죽은 사람, 우리가 잃어버린 직장, 배우자, 건강 등 우리가 상실이라고 느끼는 어떤 것에도 쓸 수 있다.
편지를 쓰게되면 날 서있는 우리의 감정을 조금씩 무디게 만들어, 결국 부정적인 우울증, 분노, 불안감, 자책감이 아닌 긍정적인 그리움을 느끼게 만들어준다.
이 방법이 효과적인 이유는, 슬픔과 같이 필수적인 감정은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분석하도록 도와주며, 우리가 갖고 있는 것을 바탕으로 효율적인 해결책을 찾을 수 있게 해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주변 사람들은 이처럼 상황을 해결하려는 우리를 막고, 저지한다. 상황을 해결하거나 인정하지 않는 사람들은 우리가 스스로 생각하지 못할 정도로 엄청난 불편함을 초래한다.
어떻게 작별 인사를 할까?
더 이상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어떻게 작별의 인사를 할 수 있을까? 우리가 뭘 하면 되는가? 필기 도구를 가져와 그 사람이 아직 있다고 상상해보자. 물리적으로는 존재하지 않지만, 우리 마음 속에서는 아직 존재하는 그 사람을.
먼저 그 사람에게 인사를 건네고 그가 떠난 뒤 어떻게 지내왔는지, 그 사람 덕분에 고마웠던 일에 대해 얘기를 해라. 슬프게도, 더 이상 그 사람은 곁에 없지만 주어진 시간동안 그들과 친해질 수 있어 행복했다고 말하자. 우리는 행복했고, 많은 것을 배웠고, 다른 모든 것들과 마찬가지로 그 인연 역시 끝이 났을 뿐이다.
비록 그 사람과의 인연은 끝났지만, 그 사람을 알지 못했던 사람들은 수없이 존재한다. 그렇기에 편지는 긍정적이게, 감사와 인정하는 태도로 끝맺어야 한다. 또한 세상 모든 것들에는 끝이 있지만, 이미 끝난 존재에 대한 작별 인사는 끝이 나지 않았음을 기억해라.
이 사실을 곱씹고 상실의 슬픔을 피하지 않는다면, 기분이 전보다 차분해지고 지속적이며 이런 상황에 직면했을 때 상황을 더 잘 다룰 수 있게 될 것이다. 비록 그 사람에 대한 애정과 그리움은 변치 않겠지만, 우리는 현실을 더 직시하고 인정하고 견딜 수 있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