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이제 더 이상 소녀가 아니에요

03 11월, 2017
 

난 이제 더 이상 소녀가 아니에요. 난 이제 더 이상 당신이 엄마의 몸을 건드리도록 두지 않을 거에요. 엄마에게 키스할 일도 없겠죠. 엄마는 이제 울 기력도 없고, 나도 당신을 더 이상 무서워하지 않아요.

난 이제 더 이상 소녀가 아니에요

당신이 우리에게 준 독기 어린 사랑보다 더 심하고 끔찍한 걸 상상조차 할 수 없어요. 난 이제 당신이 방 안에 가두어 문을 걸어 잠그던 그 때의 나약한 소녀가 아니에요. 당신의 실망감만 받아내고, 당신의 망령만을 보던 아이가 아니에요.

당신을 막을 방법이란, 당신이 늦은 밤에 힘이 다하길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어요. 아니면 당신이 너무 시끄러워서, 주변 이웃들이 우리 집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알게 되는 게 두렵다는 것을 바랄 수밖에 없었어요. 현관문 밖의 당신의 모습은, 완벽한 신사 그 자체였으니까요. 당신은 가정 문제를 다룬 TV쇼를 볼 때, 나는 집에서 빨래라도 하는데 뭐, 라는 핀잔 어린 소리를 들었어요. 하지만, 당신의 진정한 더러운 모습을 아는 사람은 우리밖에 없었죠. 남들은 그 징후조차 몰랐을걸요.

당신은 나의 아버지에요, 그것만은 바꿀 수 없는 사실이죠. 물론 그걸 엄청나게 바라고 또 바랐지만요… 아버지란 말은 당신에게는 너무도 과분한 것이었으니까. 당신이 나에게 준 그 징그런 무늬의 테디베어 잠옷보다도, 당신의 양심을 침묵시키려 하던 일이 더 끔찍했는걸요!

 
난 이제 더 이상 소녀가 아니에요

처음에는 당신이 용서를 구했었죠

처음에는, 당신은 아침에 눈을 뜰 때마다 우리에게 미안하다고 용서를 구했어요. 한밤 중의 늑대인간과 같은 모습은 어디로 가고, 겁 많은 남자의 모습으로 돌아와버렸죠. 그 엉망이 된 집안을 치우고, 오직 한 잔의 주스만 만들어, 당신의 잔에만 채웠죠. 그리고는, 우리 엄마를 깨워서, 키스 한번을 해주며, 달콤한 말을 했어요. 그래서 우리 엄마는 당신이 변할 것이라는 기대를 했는지도 몰라요. 

당신은 나와 엄마를 사랑한다 했고, 당신이 우리에게 한 짓에 대해 기분나빠하며, 변화하길 원한다 했죠. 용서를 거듭 구하며, 더 나아지겠다고, 내가 한 짓을 아니까, 더 이상은 안 그러겠다고 거듭 했죠. 하지만, 당신이 주먹을 다시 쥐는 순간, 분노가 다시 당신을 사로잡았죠. 당신은 당신이 지금까지 내뱉어온 말보다도 더 많이, 공기를 가로지르며 우리를 두들겼어요. 정말 밥먹듯이 자주. 당신이 우리 엄마를 달리려 할 때마다, 당신은 스스로를 미워했어요. 마치 지킬 박사와 하이드인 마냥, 당신은 감정을 오가면서, 해가 질 때까지 돌아오지 않았죠.

 

첫 몇달 동안에는, 엄마는 당신을 믿으셨어요. 엄마는 침대 밑에서 떠는 나를 구해내며, 당신이 전한 달콤한 말들을, 상처입은 채 나에게 전하셨죠. 뭐, 어차피 다 사탕발린 말이거나 지어낸 말이겠지만, 그리고 엄마는 일어나서, 당신과 아침을 함께했죠. 그녀는 망가진 식탁을 고치며, 나에게도 충분한 주스를 새로 만드셨죠. 그리고 저를 부르며 아침을 먹도록 했어요. 내가 식사하러 나왔을 때, 당신은 신문으로 당신의 얼굴을 가렸어요. 왜냐하면, 내 어린 눈에서,당신은 아직 나와 엄마가 가진 희망과 신념을 견딜 수 없었을 테니까!

곰 인형

분노 앞에서 속수무책

하지만 그것도 얼마 못 가고, 엄마도 당신에 대한 희망을 버렸어요. 엄마는 나를 일으킬 기력도 없었고, 당신이 우리를 떠날 때 울부짖을 뿐이었어요. 이제 더 이상 연극을 할 이유도 없었던 거겠죠. 에너지 낭비라던가 말이죠. 이제, 밤에는 분노하는 당신, 그리고 아침에는 우리를 떠나가는 당신 뿐이었어요. 이제 더 이상 나에게는 아무것도 없었고, 우리 집의 가구는, 밤과 낮이 다 같은 모양이었어요.

 

파자마를 주는 대신, 당신은 나에게 주먹을 휘두르기 시작했어요. 나는 이제 당신의 폭력에 시달리는 삶이 무엇인지 이해할 정도로 나이 먹고 성숙했다고 생각했나보죠? 당신은 아직 내가 어린 아이라는 걸 이해하지 않았고, 매일매일 내 어린 시절의 소중함을 앗아가고 있었어요.

울고 있는 소녀

당신이 날린 주먹들, 많이도 기억나지만, 그 중에서도 결코 잊을 수 없는 건, 처음 날린 주먹이었어요. 그 때 얼굴에서 피가 났죠. 그 순간, 난 이제 저기 널브러진 의자나 책상과 똑같은 운명을 맞겠구나 생각했죠. 이제, 저를 치료하고 고쳐야만 했어요: 응급처치, 깁스, 그리고 내 상처를 가릴 이것저것들… 학교에서 이상한 질문을 하고, 성적이 나쁘다고, 당신은 나를 더 많이 때렸죠. 이윽고, 집에서 나오질 않으니, 친구들도 점점 멀어져갔어요.

무의미한 불평

어느날 밤, 엄마가 친구 집에서 자고 오시겠다고 나간 날이 있었어요. 그 날이 첫 불평이었죠, 물론 엄마가 아니라, 엄마 친구분이 제안하신 거였지만… 당신은 그 날 우리를 찾는답시고 친구분 집으로 쳐들어갔고 그 집을 엉망으로 만들었죠. 그날 밤, 어처구니없게도, 당신은 우리에게 맨 처음 한 말을 계속해서 반복하더군요, 참으로 비굴하고 축 처진 목소리로 말에요. 그날 결국, 당신은 유치장에서 하루를 보냈어요. 다음날 풀려났지만, 엄마는 그날 밤을 내내 우셨어요. 이윽고 아침에 경찰관이 집으로 찾아왔지만, 엄마는 그 사람들을 문전박대하셨죠. 

 

당신은 고개를 숙인 채 집으로 돌아왔지만, 그 며칠 못 지나서, 당신은 유치장에 갇혔던 때의 당신의 모습을 잊은 양 원래대로 돌아오더군요. 이 이후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말하고 싶지도 않아요. 이제 뉴스나 TV는 지긋지긋한걸요. 당신은 바깥에서 전하는 재연 드라마의 이야기들이 과장된 허풍이라 생각했겠죠. 하지만 당신이 직접 겪어보니, 또 다르지 않나요? 그 때문에, 당신이 이 편지를 가져갔음 해요, 이제, 당신의 손목에는 수갑이 채워질 테니까!

마지막으로 할 말이 있다면, 이제 더 이상 돌아올 생각일랑 하지도 말아요! 당신에게 일말의 사랑이라도 남아있다면, 인간성이 남아있다면, 돌아오지 말아요. 지금까지의 세월 동안, 난 당신에게 생판 남이랑 다를 것 없었어요. 이제, 엄마를 지키기 위해, 내가 뭘 할 수 있을지, 당신은 결코 모를 거에요. 제가 완벽히 이해하는, 그것을.

지금까지 제가 품은 모든 감정, 진실, 사랑, 그리고 용기를 담아서, 그리고 제가 당신에게 처음 맞아 피를 흘리던 날의 피를 한데 모아서 말하건대, 절대로 엄마에게 손대지 못하고, 키스 따윈 꿈도 못 꾸게 하겠어요!

테디베어 잠옷 따위로 속이지 못했던, 작은 소녀가